음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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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뚱보집 - 고기 모듬음식/술 2019. 4. 17. 15:51
대전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은 바로 마시기 통차이다. 나는 돼지고기 중에서 뒷고기 부위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돼지 부속 고기일텐데, 서울에는 제대로 뒷고기를 파는 곳을 찾기 어렵다. 죄다 삼겹살, 목살, 갈매기살 정도이다. 가격도 드럽게 비싸게 받아먹는 곳이 많은데, 그 와중에도 날짜를 잘못 잡거나 가게를 잘 못 고르면 돈만 비싸고 드럽게 맛없는 고기를 먹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 맛이 좀 괜찮은 집을 찾았다. 그것도 신촌에 위치한 곳으로 찾았기 때문에 편하게 걸어서 갈 수 있다. 뚱보집이라는 곳인데, 공간은 그렇게 넓지 않지만 깔끔한 내부 공간을 가지고 있다. 좀 시끄러운 사람들이 옆테이블에 있다면 공간에서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고기집에서 술에 얼큰하게 취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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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94단 야키토리바 - 꼬치음식/술 2019. 3. 17. 19:24
새벽 두시 쯤 짝찌랑 간단하게 술 한잔할 곳을 찾으며 신촌을 돌아다닐 때의 일이다. 술에 취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니는 학생들로 인해 신촌 거리 모든 곳이 시끄러웠다. 거리 곳곳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워대며 술에 취해 알아듣기 힘든 말들을 내뱉는 것을 보자면 나의 과거가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조용히 그리고 간단히 술 한잔을 하고 싶었는 우리는 이곳저곳을 정처없이 걸어다니다가 처음으로 이 가게에 발을 내딪게 되었다. 그럴싸한 간판도 보이지 않고, 야외에서 열심히 꼬치를 굽는 사내만이 발길을 이끄는 이 가게는 아무것도 없는 외부와 잘 어울리는 내부를 가지고 있다. 좁은 실내에 좁게 앉을 수 있는 2인석 테이블과 4인석 테이블이 몇개 배치되어 있는 구조이다. 정말 이런 데에서 장사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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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HAKI - 모둠 사시미음식/술 2019. 3. 16. 22:57
우리나라에서는 활어회를 주로 먹는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도 활어회는 가족들이 가장 자주 찾는 외식 메뉴이다. 펄덕 팔닥 살아움직이는 생선을 바로 손질하여 정갈하게 접시에 내어주는 활어회는 탱글탱글한 식감을 최고로 맛으로 친다. 계속해서 씹을 수록 느껴지는 생선살의 달달한 맛이 활어회를 먹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활어회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우선으로 느끼고 싶다면 약간의 비린내를 잡아줄 초장과 곁들여 먹는 것이고, 싶을 수록 느껴지는 단 맛을 부각하고 싶다면 간장이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비린내를 잡고 기름기를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오로지 와사비와 함께 먹는 것을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이렇게 활어회를 사랑하는 나이지만, 사실 더욱 좋아하는 회는 선어회이다. 선어회를 처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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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愛酒] 서울장수 - 인생막걸리음식/술 2019. 3. 15. 01:25
도안동 감나무집에서 연구실 회식을 할 때에 막걸리를 주문하였다. 종업원이 소개하기를 좁쌀 막걸리와 쌀 막걸리가 있다고 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좁쌀 막걸리 특유의 노릿한 맛과 향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쌀 막걸리로 주문하였다. 당연히 대전의 대표 막걸리인 '원 막걸리'를 가져다 주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가져다 주는 것은 '인생막걸리'였다. 서울장수 브랜드답게 막걸리 임에도 불구하고 병 자체의 만듦새가 좋아서 우선 마음에 들었다. 역시 전국구로 광고를 때리는 막걸리는 외관에 그래도 신경을 좀 쓰는 듯 했다. 또 한가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막걸리를 흔들어도 주둥이에서 술이 잘 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막걸리는 병의 만듦새가 좋지 않아서 가라앉은 부분을 섞기위해 흔드는 과정에서 술이 여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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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愛酒] 이십도 - 국순당음식/술 2019. 2. 27. 14:22
나는 소주를 주로 마신다. 맥주나 와인은 배가 부르고, 다 마시고 난 뒤 혀 안 쪽에 남는 텁텁한 느낌이 싫어서 즐기지 않는다. 막걸리는 향과 맛을 좋아하지만, 역시나 금세 배가 차서 자주 즐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양주는 자주 마시기에는 비싸기도 하거니와, 꽤나 독해서 목넘김이 좋지 않기에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리하여 먹을 만한 술이라는게 소주나 청주 정도가 있다. 청주는 향이 좋고 맛 또한 좋다고 느껴서 간혹 마시는 편이지만, 2~3병 쯤 마셨을 무렵에 취하는 것보다 배가 먼저 찬다는 이유 때문에 소주로 주종을 변경하곤했다. 그나마 나은 선택이라고 소주를 즐겨마시지만, 향이라고는 알콜 향뿐이고 맛이라고는 인위적인 단 맛뿐인 소주를 정말 맛이 좋아서 먹었다고는 할 수 없다. 단지 술 중에서는 가격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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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박가네 빈대떡 - 고기빈대떡음식/술 2019. 2. 27. 13:42
생에 최초로 나에게 몸살을 동반한 최악의 장염을 선물한 것으로 유추되는 육회집을 나와, 빈대떡을 다음 목표로 삼았다. 광장시장의 빈대떡은 너무나도 유명한 음식이라 굳이 깊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그저 이전의 광장시장 풍경과 달라진 점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광장시장에서 유명한 빈대떡 집은 '순희네 빈대떡'이라는 곳이다. 포장마차 네개 정도를 가지고 엄청난 수의 빈대떡을 부쳐내며, 수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막걸리와 빈대떡을 함께 즐기던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첫 모습이다. 오랜만에 들린 광장시장의 풍경은 매우 달랐다. 포장마차를 4개정도 동시에 운영할 때부터 기업화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포장마차 형태라 시장만이 주는 정감있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지금의 광장시장은 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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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우가육회 - 우가육회 _ 190224음식/술 2019. 2. 25. 20:13
처음으로 친구들과 광장시장이라는 곳을 찾았을 때, 먹었던 음식이 육회, 간, 천엽, 그리고 빈대떡이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대전에서 학교다니는 촌놈을 대접할거라고 서울에서 자취하는 부산 촌놈들이 여럿이 모여 나에게 육회를 사줬던 기억이 있다. 그 때가 2009년? 2010년 정도일 때라 육회를 파는 술집이 많지 않았다. 지금이야 육회본가, 육회천하 등등의 다양한 상표의 육회와 육사시미를 판매하는 집이 즐비하지만, 대학을 처음 들어갔을 무렵 술집거리의 풍경에 육회집은 없었다. 나중에 대학을 졸업할 무렵 육회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났어도, 가격과 안주의 양 면에서 헤비드링커인 내가 자주 찾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그런데 광장시장의 인심이라고나 할까? 넉넉한 육회의 양과 고소하고 싱싱한 간과 천엽의 맛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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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한궁양꼬치 - 양꼬치 _ 190220음식/술 2019. 2. 21. 13:26
학교를 다닐 때 궁동이라는 곳은 매우 먼 곳이었다. 홈그라운드인 어은동에서 이미 거나하게 취했지만 왠지 술과 사람이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딱 한군데만 더 가겠다고 마음먹었을 무렵의 시간은 매우 신비롭게도 언제나 새벽 5시였다. 자정에 만나면 그렇게도 반갑게 맞아주던 어은동 술집 사장님들은 새벽 5시에 가게 문을 여는 내 앞에서 언제나 손을 좌우로 흔드시며 등짝을 조금 세게 토닥거리셨다. '지금처럼 해 뜰 때 말고, 내일 해 떨어지거든 오세요'라는 평소에는 쓰시지도 않으시던 존댓말과 함께 내 무리를 내보내시곤 하셨다. 그러면 남은 선택지는 해뜨고도 장사를 하는 궁동이 유일했다. 술에 얼큰하게 취해 비틀거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큰 소리로 웃으며 터벅터벅 한참을 걷다보면 땀이 삐질 날 때 쯤 도착하는 곳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