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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주愛酒] 서울장수 - 인생막걸리
    음식/술 2019. 3. 15. 01:25

    도안동 감나무집에서 연구실 회식을 할 때에 막걸리를 주문하였다. 종업원이 소개하기를 좁쌀 막걸리와 쌀 막걸리가 있다고 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좁쌀 막걸리 특유의 노릿한 맛과 향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쌀 막걸리로 주문하였다. 당연히 대전의 대표 막걸리인 '원 막걸리'를 가져다 주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가져다 주는 것은 '인생막걸리'였다. 서울장수 브랜드답게 막걸리 임에도 불구하고 병 자체의 만듦새가 좋아서 우선 마음에 들었다. 역시 전국구로 광고를 때리는 막걸리는 외관에 그래도 신경을 좀 쓰는 듯 했다. 또 한가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막걸리를 흔들어도 주둥이에서 술이 잘 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막걸리는 병의 만듦새가 좋지 않아서 가라앉은 부분을 섞기위해 흔드는 과정에서 술이 여기저기 튀기 마련인데, '인생막걸리'는 그렇지 않았다. 여러모로 뚜껑을 열기 전부터 마음에 드는 술이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떠할까?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막걸리가 생탁이다. 고향이 부산이라 생탁을 좋아하는 것도 있겠지만, 깔끔하면서 가벼운 바디감에 진하지 않은 누룩의 맛을 내는 생탁의 맛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탁은 시큼하지 않으면서 풍부한 탄산을 지닌 맛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를 기준으로 '인생막걸리'를 평가해보려 한다.


    우선 '인생막걸리'는 탄산이 풍부한 편에 속한다. 굳이 사이다를 타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부한 탄산을 지녀서 청량감이 다른 막걸리들에 비해 높다. 물론 생탁에 비해서는 청량감이 낮다. 그런데 '인생막걸리'는 생탁이 갖지 않은 점을 가지고 있다. 생탁의 모든 것을 사랑했지만 왜인지 모를 아쉬움으로 항상 남겨두었던 점이다. 바로 바디감이다. 바디감을 다른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할 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입 안에서 묵직하게 맴도는 유체의 흐름이 내 취향에는 맞다. 다른 막걸리 중에도 좋은 바디감을 가지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대게 높은 바디감을 가지는 막걸리들은 꼬릿한 누룩의 향을 진하게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생막걸리'는 역한 향은 줄익고 묵직한 바디감만을 잘 살려낸 술이다.




    이로써 청량감과 바디감이라는 얼핏 모순되어 보이는 두 특징을 동시에 가지는 '인생막걸리'를 어찌 애주(愛酒)로서 평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훌륭한 맛을 지녔다.

    한동안은 이 녀석과 '인생'을 함께 보낼 듯 하다.


    마침.


    - Phil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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