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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마포구] HAKI - 모둠 사시미
    음식/술 2019. 3. 16. 22:57

    우리나라에서는 활어회를 주로 먹는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도 활어회는 가족들이 가장 자주 찾는 외식 메뉴이다. 펄덕 팔닥 살아움직이는 생선을 바로 손질하여 정갈하게 접시에 내어주는 활어회는 탱글탱글한 식감을 최고로 맛으로 친다. 계속해서 씹을 수록 느껴지는 생선살의 달달한 맛이 활어회를 먹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활어회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우선으로 느끼고 싶다면 약간의 비린내를 잡아줄 초장과 곁들여 먹는 것이고, 싶을 수록 느껴지는 단 맛을 부각하고 싶다면 간장이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비린내를 잡고 기름기를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오로지 와사비와 함께 먹는 것을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이렇게 활어회를 사랑하는 나이지만, 사실 더욱 좋아하는 회는 선어회이다.


    선어회를 처음 접한 것은 여수 엑스포가 열리던 때 였다. 사실 그 때 당시에만 해도 선어회를 판매하는 곳 자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도 선어회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래서 22살이 되기 전까지는 선어회, 또는 숙성회에 대한 개념 자체도 없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여수를 여행하게 되면서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맛집들을 검색하던 중에 선어회 전문집을 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횟집의 모습은 아마도 가게 외부에 수족관이 있는 모습일 것이다. 수족관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생선을 보며 '고놈 참 싱싱하니 맛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회라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런데 선어회 전문집의 모습은 사뭇 달라 나로 하여금 어색함을 느끼게 했다. 선어회 가게에서는 수족관을 볼 수 없고, 잘 손질된 생선이 정육점 냉장고 같은 곳에 보관,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생선도 작은 생선에서 분리된 모습이 아니라, 아주 커다란 생선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생선살이 진열되어 있다. 사장님은 주문과 함께 갖가지의 생선살을 조금씩 썰어 접시에 내어주는 것이다.


    사실 선어회, 숙성회는 일본인들이 주로 사시미를 섭취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 생선이 숙성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아미노산이 많이 발생하게 되어, 이것이 놀라운 감칠맛을 낸다고 알고 있다. 다만 사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근육의 수축이 풀어지면서 활어회에서 느낄 수 있는 탱글함은 잃게 되지만, 생선살 자체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맛은 먹어보지 않으면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활어회를 많이 먹어보았지만, 선어회를 맛본 이후로는 회는 숙성회를 더욱 선호하게 되었다.




    여러 숙성회를 판매하는 가게들 중에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을 어제 다녀왔다. 바로 연남동에 위치한 하키(HAKI)이다. 구석진 위치에 자리하고 있지만 인테리는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친한 친구들과 자주 들러서 그런지 사장님이 이제는 내 얼굴을 기억하는 듯 하다. 근육질의 단단한 몸을 지닌 사장님의 잘생긴 외모를 보며 감탄하며 간단히 인사를 하고 자리를 안내 받을 수 있다. 이 가게는 모둠 사시미와 멘치까스가 맛나지만, 나는 주로 모둠 사시미를 주문한다. 그리고는 가장 중요한 고민에 빠진다. 어떤 소주를 시킬 것인가...




    하키(HAKI)에는 대선, 대장부, 한라산, 보해 등의 다양한 소주들이 준비되어있다. 행복한 고민을 끝내고 나는 주로 대장부를 주문한다. 독한 소주의 맛과 청주의 향은 대장부의 독특한 장점이다. 대장부와 함께하는 모둠 사시미는 최고의 행복을 선사해준다. 여수의 선어횟집에서 먹었던 숙성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숙성된 회가 내는 감칠맛과 부드러운 식감은 정말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이 날은 방어의 맛이 가장 훌륭했다. 기름지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얼마나 입을 가득차게 만들어주는지.... 그리고 항상 함께 나오는 해삼 내장은 이 메뉴의 화룡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쌉싸리하면서도 진한 해산물의 향이 숙성회가 가지는 감칠맛을 배가시켜준다.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으니, 메뉴화를 위해 시범으로 만들어보았다는 게살 튀김을 서비스로 내주셨다. 튀김은 멘치까스의 튀김 옷과 동일한 맛이 나고, 바삭함이 메인이었다. 씹다보면 점점 진한 게살의 향이 입 안에 퍼지면서 쫄깃한 식감이 동시에 전해졌다. 혹시라도 메뉴화된다면 누군가는 먹어볼테고, 분명 실망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내 입맛에는 회가 훨씬 맛있다. 해산물 튀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먹어보길 바란다. 물론 메뉴화가 우선적으로 되어야겠지만....


    훌륭한 숙성회 맛집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다음에도 찾을 것이다.


    사실 하키(HAKI)를 가고 싶어서 연남동에 간다고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침.


    - Phil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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