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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박가네 빈대떡 - 고기빈대떡음식/술 2019. 2. 27. 13:42
생에 최초로 나에게 몸살을 동반한 최악의 장염을 선물한 것으로 유추되는 육회집을 나와, 빈대떡을 다음 목표로 삼았다.
광장시장의 빈대떡은 너무나도 유명한 음식이라 굳이 깊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그저 이전의 광장시장 풍경과 달라진 점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광장시장에서 유명한 빈대떡 집은 '순희네 빈대떡'이라는 곳이다. 포장마차 네개 정도를 가지고 엄청난 수의 빈대떡을 부쳐내며, 수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막걸리와 빈대떡을 함께 즐기던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첫 모습이다. 오랜만에 들린 광장시장의 풍경은 매우 달랐다. 포장마차를 4개정도 동시에 운영할 때부터 기업화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포장마차 형태라 시장만이 주는 정감있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지금의 광장시장은 말 그대로 기업이다. 빈대떡을 파는 대부분의 가게는 '순희네 빈대떡'이라는 간판을 내걸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른 빈대떡 가게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상인들끼리 통일을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잘나가는 빈대떡집 사장이 다른 소상인들의 가게를 모두 사들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독과점의 형태는 자본주의에서 소비자에게 있어서 이득을 주는 경우가 가뭄에 콩 나듯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썩 보기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게 동일한 이름의 가게가 많음에도 불고하고, '순희네'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나가다 그 광경을 보면 '사람들의 목적이 빈대떡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 있나?'하고 의구심이 들기는 한다. 예를 들면 순희 씨가 굉장한 미인이라든지.....
원래 빈대떡이 값이 저렴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맛있게 내어주는 집은 드물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어떻게든 본인의 입맛에 맛난 집으로 가고 싶어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기다리는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왜 굳이 '순희네 빈대떡'인가? 녹두 갈아내는 것부터 전 부치는 것, 서빙하는 것,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까지 다 오픈되어 있는 시장에서 왜 굳이 한 음식점을 고집하는지 사람들의 심리를 알 수 없다. 손님이 너무 없는 가게라면 들어가기가 망설여질 수도 있지만, 손님이 끊일 새가 없는 여러 가게들 앞에서 굳이 한시간 씩 기다리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게로 가서 줄을 서는지..... 여하튼 '줄서는 맛집'이라는 단어 조합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
줄 서지 않아도 되는 '박가네 빈대떡'으로 갔다. '박가네 빈대떡'도 순희네 못지 않게 여러 개의 간판이 보인다. 건물은 3층까지 있는데, 전부 '박가네 빈대떡' 소유이다. 광장시장 기업들의 자금력에 또한번 놀랐다. 그리고 빈대떡집에서 당연히 빈대떡을 먹는 것은 역시 옛날 말인 듯 하다. 광장시장에서 유명하다는 음식은 다 판다. 빈대떡은 당연히 메뉴에 있고, 각종 전, 육회에 심지어 마약김밥까지 판다. 손님들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광장시장의 유명한 것들을 찾아다니다 혹여라도 피곤하실까봐 모든 메뉴를 다 판매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집에서 다 먹어버리면 시장구경은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러한 변화들이 시장이라는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들을 없애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물론 취객과 관광객들에 치여가며 빈틈과 빈틈 사이로 시장을 지나다녀야 하는 지금의 광장시장이 과연 우리가 흔히 머리 속에 기억하는 시장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여러 생각을 뒤로하고 들어선 '박가네 빈대떡'의 입구에서는 부지런히 녹두를 갈고 있는 멧돌을 구경할 수 있다. 연신 돌아가는 멧돌 위로 조금씩 물을 부어주는 사장님의 모습을 뒤로 한 채, 3층으로 안내를 받고 계단을 올랐다. 자리에 앉고 잠시 고민한 끝에 고기빈대떡으로 주문했다. 어디서 주어들은 바로는 예전에 가난하던 시절 빈대떡은 값 싼 돼기기름에 부쳐 그 맛이 아주 고소했으나, 요즘은 식물성 기름에 지져서 그 고소한 맛이 덜하다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났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고기가 들어간 빈대떡을 자주 찾는 편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촉촉한 빈대떡의 정석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함께 나오는 양파간장절임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은 배가 된다. 매우 맛있다. 이 맛이 왜 동네 전집에서는 안 나는 것인지 참 신기하기도 하다.
빈대떡의 맛은 훌륭했고, 쓸쓸한 시장의 풍경에 마음이 씁쓸했다.
참석자 - 큰 술쟁이 1명, 작은 술쟁이 1명
병점 - 이십도 1병
마침.
- Phil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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