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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요리 - 기본 재료음식/요리 2019. 3. 8. 19:58
생각해보면 자취를 한지가 꽤나 오래되었다. 대학교 4학년에 올라가던 겨울방학 때에 기숙사에서 컵라면을 먹다가 갑자기 든 생각을 계기로 자취를 시작했다. 뜨거운 물 부어놓고 불린 면을 먹으면서 팔팔 끓인 라면을 생각했었다. 파를 송송 썰어넣고 계란을 푹 익힌 라면 생각에 도저히 기숙사에서 살 수가 없었다. 뭐 3년정도 기숙사 생활한거면 오래한거라 생각을 했고, 바로 자취를 결정했었다. 자취를 하게 된 계기가 음식이었는데, 요리를 안하면 쓰겠는가.... 처음에는 아주 열심히 요리를 했다. 매끼를 밥을 해먹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요리라는 것이 매우 귀찮고 귀찮으며, 힘이 들고 힘들며, 경우에 따라서는 나가서 사먹는게 저렴하거나 훨씬 저렴한 음식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매끼를 밖에서 사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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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cilia Berra & Horacio Godoy - La muchacha del centroTango 2019. 3. 8. 18:24
탱고를 추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댄서가 한명쯤은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여러명의 댄서를 모두 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댄서는 이래서 좋고, 저 댄서는 저래서 좋을 것이다. 갖가지의 이유들을 가지고 좋아하는 댄서를 한명씩 마음 속에 두고 탱고 라이프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댄서가 있다. 그 중에 한 명이 Horacio Godoy이다. 처음 Godoy의 영상을 접한 것은 탱고를 배운지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의 춤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장난기 많은 그의 몸짓과 가벼워보이는 까치발이 나쁜 의미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전반적으로 바닥으로 깔리는 그의 무게 중심과 과장된 형태의 춤이 왠지 모를 거부감의 원인인듯 했다. 그런데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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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미 좀 찾아주세요!생각 2019. 3. 6. 20:40
무엇이 맛있고 무엇이 맛이 없는지는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미각의 경지는 '둘 다 맛있는데 이것이 조금 더 맛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디테일한 설명은 꼭 부과되어야 한다. 나는 선천적으로 까칠한 성격을 가졌기에 그 어렵다는 최고 미각의 경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곳 저 곳 떠돌이처럼 돌아다니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을 즐겨했었다. 그런데 유달리도 까칠한 성격과 미각을 가진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맛을 찾아다니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그 이유를 몇가지 생각해보자. 첫번째로 남이 추천해주는 맛집은 막상 가보면 대부분 맛이 별로다.이건 거의 90%의 확률로 진실에 가깝다. 정말로 친하다고 생각하는 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이라고 굳이 시간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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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起立)과 정상 상태(Steady state)Tango 2019. 3. 4. 21:45
탱고라는 춤에 대해서 말할 때, 가슴을 맞댄 채로 하나가 되어 추는 것 이외에도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각자의 축을 바로 세워 상대에게 기대지 않고 춤을 춘다는 것이다. 아주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Ref. 한국일보 애니팩트 '두 발로 선 자세는 개에게 좋지 않다.) 온전히 바닥과 자신의 몸만을 이용해 탱고를 추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쓸 줄 모른다. 그래서 춤을 출 때 필요한 여러가지 힘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 한다. 그래서 모자란 힘을 상대에게 강제로 부과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게 된다. 이는 대체로 상대의 상체를 속박하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더욱 심한 경우에는 상대의 온 몸을 아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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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너마저 - 졸업음악 2019. 3. 4. 17:13
금요일 퇴근에 맞추어 서울에 놀러갔다. 퇴근을 하고 운전을 시작해 홍대입구역 쪽으로 도착할 무렵의 시간은 10시 반이 된다. 쉬어가는 시간 하나 없이 'Tango O Nada'로 들어가 불금 밀롱가를 입장한다.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에 춤추며 시간을 보낸다. 밀롱가가 마친 뒤에는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늦게까지 영업하는 주점으로 가서,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못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나눈다. 이러한 삶은 이미 나에게 일상인 듯 익숙하게 자리 잡았다. 가끔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취미 생활도 지겨운 마음이 들어서 집에만 머무른다. 밥을 짓고, 맛난 음식을 만들어서 함께 먹는다. 배가 부르면 이런저런 집안일들을 조금씩 한다. 절대 다 하지는 않는다. 집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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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의 공로상생각 2019. 2. 28. 15:38
몇몇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나에게는 10년 동안 나의 헤어스타일을 담당해주시는 고마우신 디자이너가 있다. 올해 2019년을 기점으로 내가 다닌지 벌써 11년 차에 접어든 헤어살롱이다. 이곳은 1988년부터 영업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올해로 31년차가 되는 역사를 지닌 곳이다. 바로 카이스트 안에 위치한 '학부 이발소'이다. 어릴적부터 단정함을 강조하셨던 아부지께서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옆머리가 눌릴 정도만 되도 동네 이발소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딱히 원하시는 아들의 머리 스타일이 있었던 것 아니었던 것 같다. 삭발하듯이 밀어버린 머리는 반항심이 가득해보인다며 극구 말리셨던 걸 생각해보면, 그저 당신이 느끼시기에 바리깡을 바싹 깎은 옆머리와 삐쭉삐쭉 위로 솟은 윗머리가 가장 단정하다고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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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신촌설렁탕 만년점 - 설렁탕음식/식사 2019. 2. 27. 20:29
대전에 최소 6개월 이상 살아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대전은 교통의 중심지가 아니다. 그저 경부선과 호남선이 교차하는 정도의 위치상 이점이 있는 것이지, 시내 교통은 정말 광역시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현대인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 수단이자, 도시에서 발생하는 러시아워의 문제점을 해결해주기에 적합한 지하철이라는 건 한 개의 라인 밖에 없다. 그마저도 과거 대전의 중심지인 동남쪽과 현재 대전의 중심지로 생각되고 있는 북서쪽을 연결해주는 의미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과거 대전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대전역 근처라고 해봐야 70~80년대 모습을 배경으로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시가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대전역에서 내려 학교가 있는 유성구까지 지하철을 타고, 월평-카이스트 역에 내리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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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요리] 투움바 파스타 - 이가자연면음식/요리 2019. 2. 27. 15:28
요즘 들어서 파스타를 술안주에 자꾸 끼워넣으려는 술집들이 생겨나고 있다. 파스타를 술안주로 술을 한잔 기울이니 맛이 끝내줬다며 너도나도 떠들어대는 추세인듯 하나, 나에게 파스타는 그저 비싸고 맛은 적당하며 만드는 데에 정성도 크게 들어가지 않는 그저 '서양 라면'일 뿐이다. 요즘들어 맛있다고 하는 파스타집을 식사로 몇번 접하고 꽤나 만족스러운 경험이 있어서, 식사로 먹는 파스타에 대해서는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하지만 파스타라는 메뉴에게 술안주라는 성스러운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도록 허용할 생각은 정말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여자친구의 간곡한-이라 읽고 폭압적이라고 쓰는- 눈빛에 의해 편의점에서 '투움바 파스타'를 구매했고, 나름 괜찮게 먹었다. 가격은 2800원 정도로 라면이라 치면 꽤나 비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