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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신촌설렁탕 만년점 - 설렁탕음식/식사 2019. 2. 27. 20:29
대전에 최소 6개월 이상 살아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대전은 교통의 중심지가 아니다. 그저 경부선과 호남선이 교차하는 정도의 위치상 이점이 있는 것이지, 시내 교통은 정말 광역시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현대인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 수단이자, 도시에서 발생하는 러시아워의 문제점을 해결해주기에 적합한 지하철이라는 건 한 개의 라인 밖에 없다. 그마저도 과거 대전의 중심지인 동남쪽과 현재 대전의 중심지로 생각되고 있는 북서쪽을 연결해주는 의미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과거 대전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대전역 근처라고 해봐야 70~80년대 모습을 배경으로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시가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대전역에서 내려 학교가 있는 유성구까지 지하철을 타고, 월평-카이스트 역에 내리면 카이스트가 아득히 멀리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정말 멀리 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처음에 부산에서 올라와 월평역에서 내려서 한참동안이나 주변을 둘러보며 멍하니 서 있던 게 생각이 난다. 가는 길에 신호 다 받으면 걸어서 1시간은 걸리는 거리이니 말 다했다.버스는 더 심하다. 미리 언급하지만 나는 부산이 고향이다. 처음 대전행을 준비할 때에 버스 배차간격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정보를 검색을 통해 입수하고 올라왔다.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내가 처음 대전에 올라왔을 때는 스마트폰이 없었다. 그리고 그 때의 나는 대전 버스를 기다리며 세상에 있는 욕은 다 내뱉어 보았다. 그 때 한참 부산 고딩 물이 덜 빠졌을 때라 욕에 좀 자신이 있는 상태였는데, 모든 욕을 쏟아내고는 입에서 단내가 나 조용히 기다렸다. 기다리다 너무 버스가 안 와서 역무원한테 물어볼 겸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그 새 버스가 지나갔는지 버스만 40분 가까이 기다렸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부산 사람이고, 부산에서는 정류장에서 이제 막 출발하는 버스를 놓치며 '아 내가 화장실만 한번 더 안 갔어도, 저 버스를 탔을텐데.....' 하고 머리 속으로 읊으면 다음 버스가 도착했다. 대전버스는 기본 배차가 15분이고 그마저도 항상 딜레이된다.
대전의 대중교통은 정말 최악이다. 그래서 대전에서는 자가용이 있어야하며, 자가용이 없다면 튼튼한 다리를 가진 뚜벅이일뿐 사람답게 살 수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돈 없는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술집은 무조건 학교 옆 동네이며, 차를 타고 한참 나가야하는 곳의 음식점은 밥값보다 택시비가 더 나오니 자주 찾는게 쉽지 않았다. 신촌설렁탕은 그런 곳이다. 맛있지만 자주 찾기 어려운 곳.
지금이야 차가 있으니 한번씩 먹으러 간다. 예전에만 해도 친구들끼리 큰 맘먹고 근처의 동방삭이라는 찜질방에서 씻고, 놀기도 하면서 시간을 떼운 후에 허기진 배를 달래고자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여하튼 맛집 리뷰하면서 대전 시내 교통 문제까지 들먹이는.... 무진장 아재같이 사설이 길었다고 인정한다.
신촌설렁탕은 손에 꼽게 맛있는 집이다. 개인적으로 체인점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 맛만 있다면 좋아한다. 그리고 맛이 있으니까 체인점이 되는 곳은 사장님께 절을 해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멀리까지 가서 찾아먹어야하는 수고를 덜어주었으니 말이다.
설렁탕 국물은 매우 진한 맛이다. 여차하면 국물에 의해 입술이 붙어버릴듯이 쫀득한 국물의 텍스쳐가 일품이다. 함께 들어있는 고기들도 머리부분을 이용하는 건지 개인적으로 쫄깃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가격은 좀 비싸다. 8500원. 국밥치고 절대 싼값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값을 절대 비싸지 않게 느끼게 하는 것이 있으니, 설렁탕과 떼어놓을 수 없는 김치와 깍두기이다.
김치의 경우, 양념에서는 감칠맛이도는 염도로 혀에 만족감을 주며, 배추자체는 짜지 않게 절여서 전체적으로 시원한 맛을 낸다. 맨밥에 김치를 올려먹을 때가 가장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깍두기의 경우, 솜씨 좋은 성형외과 의사가 무에 사이다를 촘촘히 필링한 것처럼 베어무는 자리에서 뭔가 청량하게 터지는 느낌을 준다. 아마도 유산균이 풍부해서 그런 맛이 나는 것이겠지.... 잘은 모르겠지만 깍두기 자체는 탕에 말아놓은 밥과 함께 하기에 훌륭한 반찬이다.
우선 밥을 김치와 함께 몇 숟갈 먹은 후에 탕에 밥을 말아 소면과 함께 떠서 먹는 것이 좋다. 입에 넣은 국물이 목 뒤로 넘어간 후 입안에 남아있는 곡기에 깍두기 하나를 넣어 같이 씹어보는 것도 훌륭하다. 이런 식으로 절반정도 탕을 먹었을 무렵, 송송 썬 파를 추가해서 향긋한 파의 풍미와 함께 설렁탕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에 후추를 살짝 뿌려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입안을 알싸한 맛으로 리프레쉬 해주는 것도 좋다. 그러면 완탕이다.
마침.
- Phil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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