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유성구] 도안동 감나무집 - 오리 수육음식/식사 2019. 3. 15. 00:52
아마도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찾아간 음식점이 아닐까 생각하는 곳이 바로 '도안동 감나무집'이다. 내가 속해 있는 연구실의 지도교수님께서는 회식으로 오리고기를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아니다, 사실은 오리고기를 좋아하신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하신 적은 없다. 다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와 같이 '교수님께서는 오리고기만을 드신다'는 말이 선배에서 다음 선배로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오며 학생들의 머리 속에 굳어진 것이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교수님께서 돼지고기, 소고기 등의 동물성 지방이 건강에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그나마 나은 오리고기를 선호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은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오리고기만 먹는다고는 한 적이 없는 것이다.
원래 학계라는 곳에서는 교수님의 의견에 학생이 무조건적으로 동조하고 눈치껏 교수님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미리 준비해야만하는 분위기를 가진다. 쉽게 말해서 콩을 두고 교수님께서 '팥이었던가?'라고 말하면 다음 날에는 교수님이 출근하기 전에 생 팥, 팥죽, 팥떡, 팥밥, 팥빙수, 팥이 들어간 붕어빵 등을 모두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 생활에서의 힘듦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여하튼 사설이 길어지긴 했다. 대학원생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으니 우선 여기서는 줄이고,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
Anyway, 교수님께서 오리고기를 선호하시기에 자주 가는 음식점이 바로 도안동 감나무집이다. 항상 이곳을 가서 오리수육을 주문한다. 학교에서는 비교적 먼 곳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단체로 이동을 할 경우에는 음식점에서 버스를 제공해준다. 버스를 타고 음식점으로 이동할수록 바깥의 풍경은 점점 휑한 거리의 풍경으로 변하면서 이내 주차장으로 진입하면 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감나무집의 모습이 보인다. 입구는 꽤나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가지는데, 나무로 지은 집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들어가면 넓은 상 위에 기본 찬이 세팅되어 있다.
이곳의 오리수육 메뉴를 처음 먹었을 때에는 정말 놀라웠다. 물론 아직까지도 놀라운 맛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리고기를 생각할 때 2가지의 음식을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놀랍게도 2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훈제오리와 오리백숙이다. 그 외에 오리 좀 많이 드셔보았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야 오리진흙구이, 오리로스 정도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곳의 오리수육은 다른 곳에서 쉽게 먹어볼 수 없는 오리고기 요리이다.
훈제오리는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인해 자주 찾아먹었던 음식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공산품으로 제공되는 음식의 훈제향은 음식을 쉽게 물리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훈제오리의 첫 맛은 좋지만, 두번 세번 먹은 후에는 다시 먹고 싶은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백숙의 경우에는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집에서 만들어 먹기가 더럽게 어려운 음식이다. 무엇보다도 백숙을 해먹기 위해서는 커다란 솥이 있어야하며 그걸 또 푹 익혀야해서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음식을 쉽고 빠르게 하기 위해 압력솥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오리와 각종 약재가 들어가는 사이즈의 압력솥은 드럽게 비싸고 보관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먹게 되는데, 드럽게 비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오리 백숙이 건강한 느낌은 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맛의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이다. 원인은 약재의 향일 수도 있고, 육즙이 빠진 고기에서 풍부한 맛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리수육이라는 메뉴는 감나무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 고기의 식감은 살아있으며, 육즙은 적당히 함께 한다. 그리고 조금씩 붙어있는 껍질과 묵직한 지방질이 육즙과 섞이는 맛은 혀를 황홀하게 한다.
함께 제공되는 수많은 쌈채소와 함께 어우러지는 오리의 맛 또한 훌륭하다. 삼겹살을 쌈에 싸서 입에 넣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맛을 선물한다. 기호에 따라서는 삼겹의 기름기와 쌈의 상쾌함과 어우러져 돼지의 맛과 향이 부각되는 경험에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리 수육과 함께 하는 쌈의 깔끔함은 한 차원 높은 고기 맛을 경험시켜 준다.
육즙과 함께하는 채즙의 조화와 기름기와 어우러지는 채즙의 조화는 분명 다른 것이다. 전자는 한층 더 부각되는 맛의 조화를 이룬다. 반면 후자는 육류가 가지는 단점을 채소가 보완을 해주는 것이다. 일 더하기 일이 일이 되는 맛에서 일 더하기 일이 십이 되는 맛의 향연으로 미각을 초대해보자. 우리의 삶은 더욱 다채로워질 것이다.
오리 수육 뿐만 아니라 겉절이와 같은 여러 밑반찬들 역시 맛이 나쁘지 않다. 그리고 오리 수육을 다 먹은 후에 나오는 오리탕은 밥과 함께 먹을 수 있으며, 오리탕의 수준은 전라도의 향토 음식과 비교할 때에는 형편이 없는 수준이겠지만, 음식으로서의 기준에서 그 맛만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매콤하면서 깔끔한 맛의 오리탕은 쇠한 기력을 보충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겁나 드럽게 비싸다. 간단하게 외식하듯이 먹기에는 가격이 비싸지만, 가끔 몸보신하러 가는 음식점이라 생각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것이 확실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싼 가격은 아니다. 아무래도 도안동 감나무집은 '맛있고 비싼 집'이라고 평가하는게 좋을 듯 하다.
마침.
- Philos -'음식 > 식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서대문구] 미분당 - 양지쌀국수 (0) 2019.04.17 [대전 서구] 만년 건강 보리밥 - 보리밥 외 3종 (1) 2019.04.08 [서울 성동구] 전봇대집 - 소고기 구이 (0) 2019.03.17 [서울 서대문구] 주막 - 쭈꾸미볶음 (0) 2019.03.16 [대전 서구] 신촌설렁탕 만년점 - 설렁탕 (0) 2019.02.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