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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고릴라 야시장 - 샤브 _ 190213음식/술 2019. 2. 14. 11:17
2년 전 쯤? 한 집에 같이 살던 친구가 '고릴라 야시장'이라는 곳이 있는데 매우 맛이 훌륭하다고 했었다. 친구가 본인의 여자친구까지 함께해서 가보자고 꼬셔서, 술을 좋아하는 나는 못 이기는 척 따라갔던 것이 첫 방문이었다.
문을 열었을 때의 첫 광경은 아직도 기억한다. 커플들과 여자들 무리가 온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테이블에는 청하와 이쁘게 세팅해놓은 연어가 놓여있었다. 술잔을 기울이고 대화를 나누기보다 사진을 찍기 바쁜 분위기에 가까웠다.
연어회 자체의 맛은 좋았지만, 나는 연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두세번 더 방문한 이후로는 자주 찾지 않았다.
고릴라 야시장이 나에게 '다시는 찾지 않을 곳'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굳이 찾아가야하나?'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술쟁이들은 잘 아는 사실이겠지만, 수많은 술집을 알고 있어도 내가 오늘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마실 집은 항상 없는 느낌이 매번 든다. 그러한 이유로 '내가 이 집 다시오나 봐라!' 했던 곳도 결국엔 다시 방문해보게 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최근에 입소문으로 전해져오는 신메뉴의 소식에 속는 셈치고 방문을 해보았다.
메뉴를 보자마자 가장 불쾌했던 점은 '육수 추가'에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어느 샤브집에서도 육수 추가에 돈을 낸적이 없었기에 육수가 맛이 없다면 이번 신메뉴 '샤브' 또한 내 입맛에는 안 맞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맛있다. 엄청 맛있다. 갖가지 재료를 모두 넣은 후에야 감칠맛이 나며 먹을만해지는 일반 식사용 샤브와 다르게, 처음 나오는 육수부터 맛있다. 고추에서 나오는 매콤함이 끝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부분까지 술쟁이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매우 훌륭한 맛이었다.
함께 내어지는 채소와 버섯 역시 싱싱한 상태이고, 해산물을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고기는 양이 넉넉한 편이기까지 하니 불평할 부분이 전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2019년 02월 13일 기준으로 2.5만원이다.
미친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비싸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가격이지만, 새벽 늦게까지 영업하는 술집에서 저 가격에 저런 안주를 만난다는 것은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방금 비운 술이 국물 한 숟갈에 풀어져버리는 술-해장-술-해장의 무한루프를 형성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은 술기운이 올라 헛헛해지는 속을 채워줄 '계란죽'이 준비되어 있다. 진정 술꾼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안주가 아닐 수 없다.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술자리에, 안주 또한 훌륭하여서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훌륭했다.
참석자 - 술쟁이 4명
병점 - 10병
마침.
- Phil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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