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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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밀롱가에 대한 갈증 - 첫번째 이야기Tango 2019. 4. 17. 12:30
어느덧 땅고와 함께 한지 4년이라는 시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다양한 밀롱가를 다니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며 지냈던 시절이 나에게도 존재한다. 어느 밀롱가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어느 DJ인지도 중요하지 않았던 때에는 밀롱가를 가기 전부터 설렘을 가득 품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밀롱가에 도착을 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춤을 시작하고 싶었고, 나에게 다가올 즐거움이라는 선물을 기다리며 참는 것이 어려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땅고는 자연스럽게 나의 삶에 녹아들었고, 익숙해지면서 기다리면서 느끼는 설렘과 그 공간에서 함께 하며 느끼는 행복의 정도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강렬한 감정들이 줄어들면서 남는 것이라고는 땅고라는 춤에 대한 탐구심 뿐이었다. 땅고라는 것이 너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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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愚責人明(지우책인명)생각 2019. 4. 8. 20:12
송나라 사람인 범순인이라는 자가 자손들을 훈계한 말로 송명신언행록과 명심보감에 실려있는 말이다. 그 뜻은 다음과 같다.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밝다.' 쉽게 말하면 우리 속담 중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속담 속에는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만이 있다. 결국에 상대를 꾸짖고 나무라는 행동의 패턴에서 손가락질하는 자와 손가락질을 받는 자 모두 '인간'이 아니라 '개'가 된다. 당신은 어떠한 '개'로 살고 싶은가? 나는 '인간'으로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며 철저하게 자신의 행동거지와 마음가짐을 고쳐먹는다고 한들 언제든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앞으로는 실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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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cilia Berra & Horacio Godoy - La muchacha del centroTango 2019. 3. 8. 18:24
탱고를 추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댄서가 한명쯤은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여러명의 댄서를 모두 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댄서는 이래서 좋고, 저 댄서는 저래서 좋을 것이다. 갖가지의 이유들을 가지고 좋아하는 댄서를 한명씩 마음 속에 두고 탱고 라이프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댄서가 있다. 그 중에 한 명이 Horacio Godoy이다. 처음 Godoy의 영상을 접한 것은 탱고를 배운지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의 춤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장난기 많은 그의 몸짓과 가벼워보이는 까치발이 나쁜 의미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전반적으로 바닥으로 깔리는 그의 무게 중심과 과장된 형태의 춤이 왠지 모를 거부감의 원인인듯 했다. 그런데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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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起立)과 정상 상태(Steady state)Tango 2019. 3. 4. 21:45
탱고라는 춤에 대해서 말할 때, 가슴을 맞댄 채로 하나가 되어 추는 것 이외에도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각자의 축을 바로 세워 상대에게 기대지 않고 춤을 춘다는 것이다. 아주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Ref. 한국일보 애니팩트 '두 발로 선 자세는 개에게 좋지 않다.) 온전히 바닥과 자신의 몸만을 이용해 탱고를 추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쓸 줄 모른다. 그래서 춤을 출 때 필요한 여러가지 힘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 한다. 그래서 모자란 힘을 상대에게 강제로 부과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게 된다. 이는 대체로 상대의 상체를 속박하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더욱 심한 경우에는 상대의 온 몸을 아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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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감화, 그리고 여우들의 세뇌Tango 2019. 2. 21. 17:44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나누는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각양각색의 테마를 주제로 한 그룹에 속한 경험이 더러 있다. 예를 들면 응원단, 수영부, 탱고 동호회 같은 것들이 있다. 다양한 그룹에서 여러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같은 사람들이 속해있는 그룹이라 해도, 해당 그룹이 메인으로 삼고 있는 '주제'에 따라 개개인이 다른 역할을 가지고, 다른 성격으로서 활동을 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고, 그 그룹만의 독특한 성격이 묻어나는 사건, 관습, 분위기 등이 그룹 자체의 정체성을 확립시킨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룹의 정체성은 그룹 구성원 개개인이 가진 가치관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을 나름대로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문화'라고 생각한다. 모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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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통한 명상Tango 2019. 2. 15. 17:49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행위를 춤이라고 한다면, 자의로 춤을 시작한 건 아마도 중학교 1학년 무렵일 것이다. 물론 온전히 자의로 시작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교내 동아리 활동으로 응원단을 시작한 것이 인생에서 춤을 받아들인 시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곡을 주구장창 들으며 같은 동작을 수없이 연습하고, 땀이 흥건히 젖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을 기다리며 실없이 피식 웃음지었던 순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 감정의 상태가 어떤 것이었는지 명확한 단어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순수하게 긍정적인 상태였다. 사춘기가 또래 친구들에 비해 일찍 찾아온지라 중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는데, 그러한 시간들 속에서 단 하나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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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궁디 유전자생각 2019. 2. 15. 15:41
어느 집에나 장롱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유치원 '재롱이 잔치' - 우리 어무이는 언제나 '재롱잔치'를 '재롱이 잔치'라고 한다 - 비디오 테이프 속에서 김건모의 핑계에 맞춰 유난히도 스웨그 넘치는 힙 무브먼트를 보이는 어린 나의 모습을 나의 어무이께서는 자주 기억해내신다. 여느 어머니들께서 그러하듯, 머리 속에 환상적인 '자식 구박 멘트 제조 알고리즘'을 가지고 계신 나의 어무이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하신다. "쟈 바라! 쪼깨날 때부터 예사 궁디가 아니드만, 나 다 츠무꼬 해마 떠러지면 궁디 흔드르러 갈라꼬 들썩들썩칸다. 저거 어데서 나왔능가? 내 배는 아이낀데....." 느리고 낮은 목소리로 정말 알 수 없다는 식의 뉘앙스를 섞어 멘트를 날리신다. 물론 혐오로 가득한 눈길은 최고의 조합이다. 역시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