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至愚責人明(지우책인명)
    생각 2019. 4. 8. 20:12

    송나라 사람인 범순인이라는 자가 자손들을 훈계한 말로 송명신언행록과 명심보감에 실려있는 말이다. 그 뜻은 다음과 같다.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밝다.'

     

    쉽게 말하면 우리 속담 중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속담 속에는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만이 있다. 결국에 상대를 꾸짖고 나무라는 행동의 패턴에서 손가락질하는 자와 손가락질을 받는 자 모두 '인간'이 아니라 '개'가 된다. 당신은 어떠한 '개'로 살고 싶은가? 나는 '인간'으로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며 철저하게 자신의 행동거지와 마음가짐을 고쳐먹는다고 한들 언제든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앞으로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는 하여도, 과거에 언젠가는 그러한 실수를 한 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임의의 사건에 대해서 본인의 실수를 인지하고 난 후에야 그러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과정은 인간에게 있어서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본인이 아무리 실수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도 그와 관련된 실수를 언젠가는 했거나 할 수 있다. 사람은 원래 그렇다.

     

    물론 인간이 모두 생각이라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보니, 실수에 대해 인지하는 능력은 모두 다르다. 길을 걸어가다 실수로 내 발에 밟혀 죽은 개미를 보며 자신의 행동의 의미와 개미라는 다른 개체의 죽음에 대한 연민을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을까? 개미의 죽음에 대해 본인의 실수와 잘못을 인지하며, 앞으로는 살생의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인간은 무지함에 익숙해졌고, 그 끝에서 부끄러움의 개념까지도 잊고 말았다. 그리하여 작은 실수에서도 배우려하지 않으며, 더욱 큰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부끄러움을 잊은 무지한 사피엔스들은 마치 처음 저지른 실수인 듯 누군가는 이해해주겠지 하는 자기위로를 하며 다음의 실수를 준비한다.

     

    Ref.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6/12/832933/

     

    실수할 수 밖에 없는 인간, 그리고 그 실수에 대한 인지와 부끄러움 조차 알지 못하는 인간. 인간은 언제라도 타인의 잘못에 대해 나무랄 준비가 되어있고, 그러한 행동을 통해 자신만의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모두 '개'가 될 조건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를 '개'로 만들고 싶은 누군가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본인이 '개'가 되어도 좋으니 특정 타인을 '개'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모두가 '개'가 되면 삶은 어떤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할까? 일상에 지쳐 좋은 사람들을 가까이하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해 알아가던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개로 변해버렸다'는 비보를 어떻게 전달해야하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개'끼리 서로에게 똥과 겨를 묻혀가며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삶의 정의가 되어 자발적으로 '개'가 되어야하는 것일까도 생각해본다. 이도저도 무섭기만한 생각들이다.

     

    누군가에게 비난을 전하는 것,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온라인 상에서 표출하는 것 등 모두가 자신의 자유이다. 그러나 혐오의 감정과 비판의 감정은 본래 '건강한 토론'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작은 상처를 안겨준다. 그 상처들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마음의 깊은 곳에 난 상처이기에 조금씩 곪아가게 된다. 현실에서 받은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선한 이들에게 어째서 우리는 다시한번 상처를 주고자 하는 것인가.

     

    지혜로운 사피엔스에게는 정의가 있고, 그 정의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또다른 지혜로운 사피엔스에 의해 이해받게 되어있다. 상대와 내가 함께하는 삶을 위하고, 건강한 공동체의 문화를 위하는 정의롭고 지혜로운 진심을 선보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끝이 갈라진 뱀의 혀가 아니다. 배 속에 가득한 욕심을 철저하게 가리기 위해 미사여구로 가득 채운 글 역시 아니다. 상대를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과 실수를 뉘우치길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심, 그리고 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줄 수 있는 지혜일 것이다.

     

     

    몸에 묻은 똥과 겨를 털어내고 인간으로 돌아오자. 양지바른 곳에 자라난 나무처럼 우직하니 오랜 세월을 살아간다면 수많은 생명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우직한 나무가 될 것인가?

    아니면 똥과 겨가 잔뜩 묻은 개새끼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곳곳에 오줌을 내갈기고 다닐 것인가?

     

    선택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마침.

     

    - Philos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Nocturne(夜想曲)  (0) 2020.09.26
    뼈 때리는 90년대 생의 특징  (0) 2019.04.17
    생각하지 않는 사피엔스  (0) 2019.04.08
    이간계와 사회분열  (0) 2019.03.20
    로맨티시즘 처방  (0) 2019.03.19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