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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를 자주 보는 편이다. 요즘 들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채널을 개설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다. 그런데 그 의견들은 극렬히 반대되는 양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회 자체를 여성에게 부당한 사회로 여기며 여성들의 인권 신장을 주장하는 의견이거나, 페미니스트들이 요구하는 주장들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의견이다. 양 극단에 서서 타협을 통해 가까워질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 것 같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양 극단에서 서로에 대해 나쁜 말과 감정들을 쏟아내는 것이 인터넷 상에만 존재하는 먼 곳의 일이 아님을 요즘 들어서 느낀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겪는 부당한 처우에 대한 고발을 Social media를 통해 접하게 되는 경우가 파다하고, 가까운 지인들 역시 길든 짧든 자신의 성평등에 관한 의견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늘어났음을 느낀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사뭇 긴장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왜냐면 그들의 주장에서 적대시하는 대상은 바로 남성이고, 나는 남성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한다고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혐오의 대상이 된 듯한 기분은 매우 신비롭다. 처음에는 내가 여성의 권리에 대해 무지했었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먼저 든다. 어떤 남성에게든지 친한 여자친구가 있고 여성 가족 구성원이 있는데, 그들에 대한 사려깊은 공감이 부족했다는 생각은 곧바로 죄책감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드는 생각은 '나는 뭘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위축되어 살아가야하나?'하는 억울함이다. 원인 모를 원망과 분노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위축이 되며, 한편으로는 나는 왜 그 원망과 분노를 받으며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며 살아가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 중에 강렬하고 자극적인 표현과 감정을 표출하는 이들이 social media에서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을 유지한 채로 서로를 향해 부정적인 감정만을 표출하는 상황은 아무래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편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모두 들어보는게 좋다고 생각하여, 양 극단의 의견을 가진 영상들을 두루 시청해보았다.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이성적, 감성적 사견을 모두 포함해서 무엇이 진정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그나마 납득이 가능한 논리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영상을 보게 되어서 재미있게 감상하였다. 영상에서 소개하는 개념들 중에 복잡한 현재의 상황을 모두 납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핵심적 단어는 바로 '이간계'였다. 이간계를 통해 의도적으로 성별 간의 불화와 반목, 더 나아가서는 혐오까지 발생시켜서 각 그룹을 더욱 집결시킨다는 생각의 흐름은 매우 논리적이었고, 또한 무서웠다. 그렇게 집결된 사람들은 단체를 형성하고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생각이었다.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납득 가능한 논리의 전개가 돋보였다.
그 중 영상에서 우려하는 부분에 크게 공감하였다. 그것은 현재 성불평등 문제로 인해 사회는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의 목소리가 불씨가 되어 많은 청년들의 가슴에 부정적 감정들이 피어나게 되고, 그 결과 서로를 믿고 배려하지 못하고 혐오만을 하게 되는 사회 분위기가 조장되고 있다. 그저 잠깐 지나가는 사회의 성장통이면 좋겠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청년으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시각에서는 상처받는 이들이 꽤나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병들어 가는 사회를 지켜보는 것이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살아가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그런 세상이다. 자신의 무거운 짐을 누군가를 향해 내던지는 것은 자신의 짐을 덜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마음의 짐을 누군가에게 떠미는 것은 옳지 않다. 혐오에 의한 상처라는 마음의 짐은 상대에게 떠넘길수록 그 크기가 커질 뿐이다. 어떻게든 그 짐을 줄여나갈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상대를 포용하고 이해하면서 그 짐을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미 독이 되어버린 마음은 고쳐 쓸 수는 없겠지만.....
마침.
- Phil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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