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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미 좀 찾아주세요!생각 2019. 3. 6. 20:40
무엇이 맛있고 무엇이 맛이 없는지는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미각의 경지는 '둘 다 맛있는데 이것이 조금 더 맛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디테일한 설명은 꼭 부과되어야 한다.
나는 선천적으로 까칠한 성격을 가졌기에 그 어렵다는 최고 미각의 경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곳 저 곳 떠돌이처럼 돌아다니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을 즐겨했었다. 그런데 유달리도 까칠한 성격과 미각을 가진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맛을 찾아다니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그 이유를 몇가지 생각해보자.
첫번째로 남이 추천해주는 맛집은 막상 가보면 대부분 맛이 별로다.
이건 거의 90%의 확률로 진실에 가깝다. 정말로 친하다고 생각하는 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이라고 굳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찾아가보면 첫 숟갈을 들어 맛을 보자마자 입맛이 떨어진다. 물론 나는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으므로 대게 그릇을 비우고 오는 편이지만... 여하튼 첫 숟갈에 맛없음을 느끼게 되면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인생을 살아왔길래 이 인간이 나한테 이런 음식점을 소개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오랜 고민 끝에 나와 그 사람 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인간의 훌륭한 식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닿게 되지만, 음식에의 실망이든 사람에 대한 실망이든 좋지 않은 감정이 남는 건 사실이다.
두번째로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맛집은 거의 대부분이 맛없고 비싸다.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맛집을 찾아가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이다. 뭔가 특별한 것을 먹고 싶은 생각에 'XX 맛집'이라고 검색창에 입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검색 결과는 시궁창 수준이다. "오늘은 XX 지역의 맛집인 XXX을 가봤어요~!!!" 라고 하는, 작성자의 직업이 유치원생인가 하고 의심이 들게하는 수준의 멘트들이 나열되어 있다. 뿐만아니라 수많은 토끼 이모티콘이 윙크와 탄성을 내지르는 블로그는 정말 보자마자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내 식사할 마음이 사라지고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명상이라 쓰고 꿀잠이라고 읽는 행위를 하게 된다. 속는 셈치고 그 장소를 찾아봐도 종업원은 불친절하고, 맛은 적당하거나 없는 편이고, 가격은 무진장 비싼 경우가 많다.
세번째로 수많은 음식점들 중에 진짜 맛집은 정말 꼭꼭 숨어있다.
앞의 두가지 경우로 인해 더럽고 앵꼽아서 스스로 맛집을 찾아다니겠다는 결심을 한 적이 있다. 집 주변부터 아무런 편견없이 일단은 들어가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맛집을 찾을 확률은 '길가다 들어간 편의점에서 로또를 하나 샀는데 번호를 4개정도 맞출 확률'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돈과 시간과 정성은 훨씬 더 들어간다. 복권을 샀다가 꽝이 되면 복권기금에서 좋은 일이라도 하니 기부했다 손 칠 수 있다. 그런데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식사를 했는데 맛이 더럽게 없으면 기분이 정말 좋지 않다. 그렇다고 언제고 나타날 맛집을 위해 계속해서 음식점 사장님들을 마음 속으로 욕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현재 알고 있는 맛집들이 더욱 소중하다.
그래서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은 내가 직접하려고 하는 노력이 즐겁다.
도대체 우리 미미(美味)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찾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어무이의 귀한 손이 이름이 있었던가.....
그게 미미(美味)였던가.....
아니지.
우리 어무이가 미미(美美)였지.....
마침.
- Phil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