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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cilia Berra & Horacio Godoy - La muchacha del centro
    Tango 2019. 3. 8. 18:24
    탱고를 추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댄서가 한명쯤은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여러명의 댄서를 모두 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댄서는 이래서 좋고, 저 댄서는 저래서 좋을 것이다. 갖가지의 이유들을 가지고 좋아하는 댄서를 한명씩 마음 속에 두고 탱고 라이프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댄서가 있다. 그 중에 한 명이 Horacio Godoy이다.

    처음 Godoy의 영상을 접한 것은 탱고를 배운지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의 춤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장난기 많은 그의 몸짓과 가벼워보이는 까치발이 나쁜 의미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전반적으로 바닥으로 깔리는 그의 무게 중심과 과장된 형태의 춤이 왠지 모를 거부감의 원인인듯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그의 춤이 어떠하든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그의 춤에 대한 첫인상에서 거부감을 느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다른 글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결국에는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탱고에 대한 나의 생각의 문제였다. 또한 쉴새없이 으르렁거리는 여우들이 심어준 아무짝에 쓸모없는 고정관념들이 문제였다. 이러한 고정관념들은 내 안의 탱고라는 것에게 자유의 날개 대신 답답한 철창을 강요했다. 이건 이래서 탱고가 아니고, 저건 저래서 탱고가 아니었던 여우들에게는 오직 본인의 것에만 탱고라는 고귀한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그들에게서 벗어났고, 지금은 탱고에 대한 나만의 명확한 기준을 갖추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음악이다. 음악이 나라는 '필터'를 거쳐서 나만의 춤이자 나만의 음악으로 나타나는 것, 그리고 그 음악을 상대와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탱고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음악이 함께 한다면 비록 자세가 조금 불편하거나 생소하더라도 즐겁게 춤을 출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 돌아와서 Horacio Godoy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의 수많은 공연 영상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 있다. 사실 이 영상을 자주 꺼내보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다.

    (Cecilia Berra & Horacio Godoy @ EMBRACE Berlin 2015.01.05)

    정박으로 걷다가 음악이 바뀜에 따라 엇박에 발을 내려놓는 그의 걸음은 언제봐도 놀랍다. 눈과 귀가 동시에 호강하는 느낌을 제대로 내어주는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자세? 무릎? 까치발? 다 상관없다. 그만의 스타일이고 그가 표현하는 음악은 아름답다. 탱고다.

    마침.


    - Phil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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