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
이발사의 공로상생각 2019. 2. 28. 15:38
몇몇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나에게는 10년 동안 나의 헤어스타일을 담당해주시는 고마우신 디자이너가 있다. 올해 2019년을 기점으로 내가 다닌지 벌써 11년 차에 접어든 헤어살롱이다. 이곳은 1988년부터 영업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올해로 31년차가 되는 역사를 지닌 곳이다. 바로 카이스트 안에 위치한 '학부 이발소'이다. 어릴적부터 단정함을 강조하셨던 아부지께서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옆머리가 눌릴 정도만 되도 동네 이발소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딱히 원하시는 아들의 머리 스타일이 있었던 것 아니었던 것 같다. 삭발하듯이 밀어버린 머리는 반항심이 가득해보인다며 극구 말리셨던 걸 생각해보면, 그저 당신이 느끼시기에 바리깡을 바싹 깎은 옆머리와 삐쭉삐쭉 위로 솟은 윗머리가 가장 단정하다고 생각하..
-
[대전 유성구] 한궁양꼬치 - 양꼬치 _ 190220음식/술 2019. 2. 21. 13:26
학교를 다닐 때 궁동이라는 곳은 매우 먼 곳이었다. 홈그라운드인 어은동에서 이미 거나하게 취했지만 왠지 술과 사람이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딱 한군데만 더 가겠다고 마음먹었을 무렵의 시간은 매우 신비롭게도 언제나 새벽 5시였다. 자정에 만나면 그렇게도 반갑게 맞아주던 어은동 술집 사장님들은 새벽 5시에 가게 문을 여는 내 앞에서 언제나 손을 좌우로 흔드시며 등짝을 조금 세게 토닥거리셨다. '지금처럼 해 뜰 때 말고, 내일 해 떨어지거든 오세요'라는 평소에는 쓰시지도 않으시던 존댓말과 함께 내 무리를 내보내시곤 하셨다. 그러면 남은 선택지는 해뜨고도 장사를 하는 궁동이 유일했다. 술에 얼큰하게 취해 비틀거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큰 소리로 웃으며 터벅터벅 한참을 걷다보면 땀이 삐질 날 때 쯤 도착하는 곳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