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흔들궁디 유전자

Jyunsu_Philos 2019. 2. 15. 15:41

어느 집에나 장롱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유치원 '재롱이 잔치' - 우리 어무이는 언제나 '재롱잔치'를 '재롱이 잔치'라고 한다 - 비디오 테이프 속에서 김건모의 핑계에 맞춰 유난히도 스웨그 넘치는 힙 무브먼트를 보이는 어린 나의 모습을 나의 어무이께서는 자주 기억해내신다. 여느 어머니들께서 그러하듯, 머리 속에 환상적인 '자식 구박 멘트 제조 알고리즘'을 가지고 계신 나의 어무이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하신다.


"쟈 바라! 쪼깨날 때부터 예사 궁디가 아니드만, 나 다 츠무꼬 해마 떠러지면 궁디 흔드르러 갈라꼬 들썩들썩칸다. 저거 어데서 나왔능가? 내 배는 아이낀데....."


느리고 낮은 목소리로 정말 알 수 없다는 식의 뉘앙스를 섞어 멘트를 날리신다. 물론 혐오로 가득한 눈길은 최고의 조합이다. 역시 나의 어무이는 비난까지도 완벽한 조화를 아신다.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분이시다.


그리고 요즘 들어 어무이께서 음주가무에 재미를 붙이셨다. 즐거운 표정과 함께 신나게 춤추며 놀았던 일, 당신께서 얼큰하게 취하기 위해 드신 엄청난 양의 술에 대해 나에게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시는 걸 보고 있자면 분명 내가 당신의 배에서 나온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 만나는 것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춤추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분명 난 우리 어무이 아들이 맞는 것 같다. 탯줄을 잡고 궁디를 흔들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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