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로맨티시즘 처방

Jyunsu_Philos 2019. 3. 19. 19:14

요즘 시대에 '로맨티스트'를 떠올려보면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사랑에 미쳐서 살기에 현실세계와는 먼, 아마도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사람이지 않을까? 현실과는 맞지 않게 감정적으로 살아가는 이, 혹은 언제나 감동을 주며 자상하고도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사람. 이와 같이 로맨티스트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극단적으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볍게 떠올리는 모습이 아닌, 로맨티시즘을 행하는 존재로서의 성향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면 쉽게 답변을 내놓기가 힘들다.


우선 '로맨티시즘', 즉 낭만주의는 무엇일까? 이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낭만주의는 서유럽에서 발생한 미술적, 문학적, 지적 사조이다. 18세기 말부터 시작하여 1800~1850년 사이에 정점을 찍었다. (Ref. 위키백과)


위키백과의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로맨티시즘은 비현실적인, 지나치게 환상적이라는 어원과 어울리게 이성과 합리, 절대적인 것에 대해 거부한 사조이다. 여기서 이성과 합리는 계몽주의가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로맨티시즘은 계몽주의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이성이라는 것에 대한 회의를 품지만, 그 자체를 무시하지는 않았다. 로맨티스트들은 이성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성이라는 것이 가졌던 절대적 위상의 가치를 수정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개성을 강조하고, 사회를 과거와 달리 하나의 '유기체'로 여겨서 탄생, 성장, 쇠퇴, 소멸의 과정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였다.

(Ref. 위키백과 낭만주의 : https://ko.wikipedia.org/wiki/%EB%82%AD%EB%A7%8C%EC%A3%BC%EC%9D%98)


아직은 어렵다. 다시한번 쉽게 이해해보자.

봉건제는 문제가 많았고, 계몽주의는 이를 해결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혁명은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과 사회의 분열이라는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로 인해 상처를 받은 이들은 계몽주의에 환멸을 느꼈으나, 봉건주의는 더 싫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봉건주의에서 벗어나게 해준 계몽주의의 핵심인 '이성'에 대해서 조금 유하게 고쳐 생각하였다. 거역할 수 없는 절대자로서의 신과 같은 위치에 올려두었던 '이성'을 아래로 내린 것이다. 추가적으로 '이성'과는 대립되는 '감성'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로맨티스트'의 핵심은 정서적으로 예민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격한 이성적 판단들에 의해 버려지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감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이가 바로 '로맨티스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들의 감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특유의 예민함에 기인하여 세상 모든 일을 걱정하고,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다. 또한 상대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여 상대에게 공감에 이은 안정감을 선물해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로맨티스트'는 수많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며, 개개인이 가진 인격적 특성이 모두 다름을 받아들이는 사람일 것이다. 그 어떤 의견이든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 역시 상대가 자신의 감정에 상처 입히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이성이 중요시되어 왔다. 그리고 우리는 경쟁을 강요 받았고, 승리의 쟁취를 강요 받았다. 자신의 승리에 의해 짓밟히는 타인의 찢겨진 감정에 대해 공감하려는 시도를 어리석은 일로 취급받아왔다. 그리고 타인의 승리에 의해 상처받은 나의 감정을 보살피려는 시도를 나약함으로서 취급받아왔다.


그렇게 굳어버린 마음에 의해 로맨티스트들은 계몽주의자로 탈바꿈하였다. 수많은 일들에 직접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에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서 피해버린다. 혹은 악인에 의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감정을 자신의 것인냥 받아들여서, 타인을 비방하고 억누르며 인간이 가지는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보이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올바른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성적 판단에 근거하여서.....


하지만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보자. 스스로의 감정을 배제한 채로 자신의 이성적 판단이 신의 영역에 닿은 절대적 기준인 듯 자신과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자. 스스로 감정을 느껴보자. 감성은 우리에게 살아갈 방향을 가리킨다. 그 방향을 따라가며 생겨나는 수많은 문제들의 답을 이성이 선물해줄 것이다.


로맨티스트가 되어 자신이 느낀대로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삶에 지치고, 방향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로맨티시즘을 처방해본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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